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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우완투수 김명제, 왼손으로 테니스 라켓 바꿔잡는다...올림픽 출전도 미룬 끝없는 도전!

  • 142 | 2019.06.26
김명제가 경기도 광주 시민체육관 테니스코트에서 훈련하고 있다.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경기도 광주=스포츠서울 배우근 기자] 2018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테니스 복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명제(32·스포츠토토)가 그동안 오른손으로 들었던 라켓을 왼손으로 바꿔잡고 맹훈중이다. 김명제는 두산시절 정통파 우완투수로 150㎞ 강속구를 던졌던 오른손잡이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건 쉽지 않다. 일상생활도 아닌 운동선수가 손을 바꿔 라켓을 잡는 건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황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고 도전이다. 그럼에도 5년차 휠체어 테니스 선수 김명제는 결단을 내렸다. 오른손의 ‘한계’를 왼손의 ‘미래’에 걸었다. 

김명제

김명제는 “경추 신경을 다쳐 오른손 엄지와 검지의 근력이 점점 약해졌다. 핀으로 고정한 손목상태도 안좋다”고 설명했다. 손가락이 제 구실을 못해 라켓을 손에 묶어 테니스를 쳤지만 손목이 결박된 탓에 상대 공격을 막는데 애를 먹었다. 오른손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렇다고 왼손 또한 정상인처럼 완벽하진 않다. 손가락이 다 펴지지 않는다. 그러나 오른손에 비해 양호한 상태다. 김명제는 왼손에 선수인생 10년을 걸기로 결심했다. 현재 장애인 테니스 톱10에는 40대 선수가 여럿 있다. 김명제의 나이 이제 30대 초반. 왼손으로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도 시간은 충분하다. 투수시절 가끔 재미삼아 왼손투구를 한 경험도 도움이 된다.

그의 왼손 가치를 상대선수가 먼저 알아봤다. 얼마전 대회에서 외국 선수의 서브가 왼쪽 라인 밖으로 향하자 김명제는 라켓이 아닌 왼손으로 잡아 리턴해줬다. 어릴때 포수를 봤고 커서는 투수를 했으니 어렵지 않았다. 그 모습에 상대선수가 놀라며 “왼손이 괜찮은거 같은데 왜 오른손으로 치냐”고 했다. 김명제는 라켓과 한몸처럼 꽁꽁 묶여있는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3시간씩 경기하다 보면 피가 잘 통하지 않아 늘 저린 손이었다. 

김명제가 주득환 코치 및 동료들과 함께 훈련하고 있다. 김명제는 이들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표시했다.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김명제의 선택은 2020년 도쿄 패럴림픽 태극마크에 대한 희망도 잠시 내려놓게 했다. 기존의 오른손이면 내년 패럴림픽에 충분히 출전할 수 있다. 하지만 왼손으로 바꾼다는 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다. 김명제는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때는 여유가 없었다. 팔이 아프면 쉬어야 하는데 출전을 고집했고 그러다 난타당했다. 열흘 정도 2군에 내려가는게 싫어 펑펑 울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그는 “두산 시절을 생각하면 그땐 왜 그랬나 싶다. 이번에도 태극마크만 생각했다면 오른손으로 계속 쳤을거다. 그러나 조금 더 멀리 보려 한다. 패럴림픽은 내년에만 열리는게 아니지 않나”라고 했다. 그래도 목표는 높게 세웠다. 일단 오는 10월에 있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할 수 있을 만큼 기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사실 그가 왼손으로 바꾼다고 했을 때 스포츠토토 휠체어 테니스단 유지곤 감독과 주득환 코치는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1년 이상 고민한 결과라며 김명제가 각오를 보이자 결국 그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두 지도자와 김명제는 기초부터 다시 시작했고 팀원들도 손을 걷어붙였다. 김명제는 배수진을 치고 오른손으로 할 때 보다 전력을 다했다. 두려움은 없다. 힘들고 불투명했던 재활 과정도 이겨냈다. 손을 바꾼지 이제 6주째. 주 코치는 “굉장히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제 한달 반 지났는데 3~4개월 정도 훈련해야 도달할 수준까지 왔다. 올해는 적응훈련에 주력할 계획이었는데 이 속도면 연말에 있는 대회에 나갈수도 있다”고 밝혔다. 

오전에 이미 1000개 가까이 스트로크를 한 김명제, 힘이 빠질 법도 하지만, 이를 악물고 훈련하고 있다. 배우근기자kenny@sportsseoul.com

김명제에게 테니스는 또다른 이름의 야구다. 그는 테니스를 하는 이유에 대해 “서브를 넣을 때는 투수, 칠 때는 타자, 수비할때는 내야수. 이 3박자가 야구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땡볕에서 하루 2000개씩 공을 치며 검붉게 탄 얼굴에 미소가 깃들었다. 김명제는 한동안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 은둔했다. 그러나 휠체어 테니스에 몸을 싣고 세상 밖으로 나왔다. 왼손 테니스 선수로의 변신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기 위한 인간 김명제의 희망 찬 모험이다.


kenn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