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코리아오픈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렸다. 올해로 24회째를 맞이한 서울코리아오픈은 부산-대구-서울로 이어지는 ITF 국제휠체어대회 코리안시리즈의 마지막 대회였다. 서울코리아오픈 직후에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재팬오픈 슈퍼시리즈가 곧바로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아시아에서 연이어 열리는 높은 급수의 대회, 그리고 서구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로 인해 세계적인 선수들이 서울코리아오픈 참가를 선호하는 편이다.
여자단식에서는 세계 2위, 아니크 반 코트가 우승했다. 작년에 이어 대회 2연패다. 반 코트는 8강부터 일본-중국-중국으로 이어지는 아시아 선수들의 거센 도전을 뿌리치며 2연패에 성공했다. 반 코트는 이번 우승으로 ITF 통산 60회째 우승의 금자탑마저 쌓았다. “그런가? 몰랐다”며 활짝 웃은 반 코트는 “서울코리아오픈은 정말 좋다. 대회, 시설, 스태프들도 좋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데, 한국 음식은 대부분 매워서 더 마음에 든다. 재팬오픈과 관계없이 서울코리아오픈은 항상 선호하는 대회다” 고 말했다.
반 코트는 올해 34살의 베테랑이다. 그랜드슬램 단식에서만 3회 우승했으며, 패럴림픽 복식에서는 이미 2개의 금메달이 있다. 다만 프랑스오픈과 패럴림픽 단식에서는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반 코트는 “2028 LA패럴림픽까지만 선수할 것이다. 그 사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하고, LA패럴림픽 단식에서 금메달을 꼭 따고 싶다. 그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남자 종목에서는 마틴 데 라 푼테가 단복식 2관왕을 차지했다. 한국 대회와는 그간 인연이 적었던 데 라 푼테인데 한국에서의 첫 우승을 서울코리아오픈 단복식 2관왕으로 장식했다. 데 라 푼테의 이번 시즌 첫 우승이었다. 데 라 푼테는 “환상적인 1주였다. 대회를 만들고 고생하신 모든 관계자들, 심판,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하다. 서울에 오는 것은 항상 좋은 기억이다. 내년에는 센터코트에서도 경기를 하고 싶다”라는 인터뷰로 웃음을 자아냈다. 휠체어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인 프랑스의 54세 베테랑, 스테판 우데는 결승에서 모두 데 라 푼테에 패하고 말았다.
한국 선수 중에는 남자복식 한성봉(대구달성군청)-임호원(스포츠토토코리아, 경기광주) 조가 3위를 차지했다. 여자 선수들의 세계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사실상 입상을 기대할 수 있던 선수는 임호원과 한성봉 뿐이었다. 복식에서는 3위를 차지했지만 단식에서는 둘 모두 2회전에서 탈락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신인 선수 발굴에 계속해 성공하고 있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에 비한다면 현 한국 휠체어테니스의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쿼드(사지 중 삼지 이상 마비) 종목에서는 샘 슈뢰더(네덜란드)가 2관왕을 차지했다. 슈뢰더의 ITF 통산 35번째 단식 타이틀이었다. 서울코리아오픈 우승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었다. 코로나19 이후 이상하리만큼 서울코리아오픈 정상과 거리가 있었던 세계 2위 슈뢰더는 올해 그랜드슬램 호주오픈에 이어 시즌 두 번째 타이틀을 서울에서 따냈다. ITF가 주목하는 쿼드 신예, 아흐멧 카플란(튀르키예)은 단복식에서 모두 준우승했다.
결과와는 별도로 이번 대회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화합을 뜻하는 ‘어울림’의 가치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대회였다. 10년 넘게 대회를 후원하고 있는 매일유업에서는 단백질 음료와 커피 등 음료 6천여 개를 이번 대회에 지원했다.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마음껏 음료를 마시면서 더위를 달래고 재정비할 수 있었다.
신한대학교(총장 강성종), 국민대학교(총장 정승렬)의 학생 12명씩, 총 24명의 학생들이 이번 대회 자원봉사자로 활약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볼퍼슨, 통역, 시설 등을 담당하며 선수들의 손과 발이 되어줬다. 신한대학교 학생들은 대회 의무위원장을 맡은 황성호 교수가 총괄했다. 신한대학교의 한 학생은 “솔직히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 대회를 보며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내년에도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자원봉사자를 하고 싶다. 너무나도 뜻깊은 경험이었다”며 소감을 말했다.
또한 대회 중에는 환일중, 환일고에서 각 200명씩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아 장애를 극복하며 경기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환일고등학교 이사로 재직 중인 양종수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부회장은 “이런 경험이 학생들의 인성 형성에 매우 중요하다. 학교에서도 매우 좋아하는 연례 행사가 됐다. 더 많은 학교에서 이러한 현장체험 학습을 경험하길 바란다”며 취지를 전했다.

<사진. ITF 통산 60번째 우승을 차지한 아니크 반 코트>

<사진. 쿼드단식 우승, 샘 슈뢰더>

<사진. 쿼드단식 준우승, 아흐멧 카플란(좌), 권익태 서울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사진. 남자단식 준우승, 스테판 우데(우), 강우철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고문>

<사진. 여자단식 준우승, 주젠젠(우), 조무근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부회장>

<사진. 남자복식 우승, 루벤 스파가렌-마틴 데 라 푼테, 주원홍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장>

<사진. 여자복식 우승, 리샤오후이-왕지잉, 조무근 대한장애인테니스협회 부회장>

<사진. 신한대&국민대 자원봉사자들>

<사진. 협찬사 커피를 마시고 있는 마틴 데 라 푼테>

<사진. 남자복식 3위, 임호원-한성봉>

<사진. 시상식에 참가한 대회 V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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